남북한 교인 교류 기록, 통일 후 북한 종교시설 복원 도움 기대
교회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어

일제 강점기와 8.15 광복, 5.10 첫 선거, 6.25 전쟁, 4.19, 5.16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1887년 창립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인 새문안교회의 모습은 어떠했고, 교인들은 고난의 시대를 어떻게 이겨 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 1907~67년까지의 당회록(堂會錄)’을 현대어로 풀이한 책이 발간돼 이목을 끈다.

이 책은 1907년 예수교장로회 독로회(獨老會)가 조직된 후부터 기록된 당회록 제1(교우문답책 제1)을 비롯해, 196712월까지 60년 분량의 당회록을 현세대와 다음 세대가 읽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이해 모두 10권의 책으로 묶은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이다.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은 새문안교회역사관에서 봉사하던 박장미 권사의 8년간의 헌신으로 초기 당회록부터 1967년까지 당회록이 읽기 쉬운 현대어로 번역정리됐으며, 새문안교회 역사자료위원회에서 창립 136주년을 기념해 사료편찬의 일환으로 발간하게 된 것.

이 풀이본은 모두 103866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현대어 풀이와 당회록 영인본을 함께 실어 연구자들이 원본과 풀이본을 대조하면서 볼 수 있게 편집됐다. 또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권의 문헌 해제와 역대 당회장, 당회서기, 기록 시기 등이 표기된 풀이본 일람표, 역대 당회원 일람표, 1887~1920년까지 새문안교회를 거쳐 간 미국 북장로교 파송 선교사 목록, 당회록이 기록된 시기의 새문안교회를 대표하는 사진 등이 게재되어 있다.

새문안교회 당회록은 목회자와 교인들의 대표인 장로들이 함께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근대식 대의(代議)제도의 소산인 당회(堂會)’의 회의 내용을 기록했다. 특히 당회록에는 회집 일시, 당회 장소, 참석회원, 결의 안건 등을 기록하고 당회장과 서기가 날인했고, 당회 상위 기관인 노회(老會)’의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았으며, 교회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명시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에 교회측은 국내에 창립 100년이 넘는 교회는 많이 있으나, 이미 북한 지역 교회는 공산정권의 핍박으로 대부분 사라지는 바람에 교회 기록물이 유실됐고, 남한의 많은 교회도 6.25 전쟁, 자연재해와 교회 이전과 건축 등 여러 상황으로 유실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문안교회는 지금까지 광화문 한 곳에서 자리를 지켜 왔기에 당회록 원본을 잘 보존하고 있다. 광복 후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문안교회는 1948년 새 예배당을 준공했는데, 전쟁 기간 중 북한군에게 예배당이 징발(徵發)되어 인민군 주둔 본부로 사용되었음에도 당회록이 온전히 보존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강조했다.

새문안교회 당회록은 또 민주적인 당회의 운영으로 민주주의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 근대적 민주선거인 1948510일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선거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인 1890년대에 이미 선거제도를 통해 교회 장로와 집사 등의 직분자를 세례 교인들의 투표로 공정하게 선출했다. 새문안교회 교회 회의의 첫 기록 자료가 남아 있지 않지만, 1898년 그리스도 신문에 집사 선거를 한 것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후 교회회록이 분실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현재 교회에 전하는 가장 오랜 기록으로는 1910816일 회의록이다. 그 내용은 2인의 집사를 뽑는 선거 내용이다. 담임목사 위임이나 그 외 교회의 여러 사건 결정도 투표로 결정했으며, 교회 회의 내용도 지금까지 기록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특히 광복 전 당회록에는 새문안교회 교인들의 이명(移名: 이사나 직장 등으로 교회를 옮기는 일) 기록이 잘 서술되어 있는데, 관공서가 아닌 종교기관인 교회의 행정체계가 잘 이루어진 것도 특징이다. 특히 새문안교회는 남북한의 교류가 잘 이루어져 북에서 이명 온 교인의 기록(북쪽의 교회 이름, 담임목사, 세례 여부, 가족관계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앞으로 통일이 되면 북한의 종교시설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이상학 담임목사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 강점기의 힘든 시기와 광복, 한국 전쟁 등을 거친 기독교 역사의 한 축이 고스란히 담긴 이 기록물이 117년째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된 것은 한국 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며,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이 한국 교회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필요에 따라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동 교회는 오는 47일 발간 감사예식을 드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